역시 사회가 사람을 기르나봅니다.
저부터도 국내가 됐든 국외가 됐든 명문대 가고 싶었고, 지금도 진로 문제로 참 고민입니다.
어린 나이지만 벌써부터 앞을보며 탄탄대로를 따라 질주하는 친구들을 보면 부러운 마음이 드는것도 사실이구요.
전 최근에 개인적인 사정으로 1-2년간 집에서 말그대로 놀았었고, 아직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비록 주변 친구들과는 비교못할정도로 인생을 돌아가고 있습니다만, 저 또한 꽤나 출세길, 탄탄대로에 목맸습니다.
지금도 "난 안그래"라고 하기엔 가슴이 무거워지는걸 보면 아닌것 같구요. 휴
하지만 제가 장시간 집에 있게 되면서 당장 눈 앞의 경쟁에서 벗어나니 사회의 많은 부분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학교에서는 동기들이 말하지 않는 아니 모르는, 선배들도 모르는, 교수들은 말하지 않는 많은 것들이 말이죠.
그래서 가장 먼저 생긴 반응은 실망과 혐오였습니다.
물론 거의 끝물이지만 아직은 현재 진행형인 제 상황 자체가 너무 비참하게 느껴졌기 떄문에 그 감정이 커진 것도 있겠지요.
한번 실망하고 혐오감을 갖게 되니, 사회의 부정한 부분은 더욱 눈에 띄었고, 그 감정은 깊어만 갔습니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내가 믿던 사회의 대부분이 그 단순하고 아름다운 허물을 벗고 추악한 속살을 드러내는것 같았죠.
한참을 그렇게 파들어가니 정말 지긋지긋하고 질리더군요.
내 상황을 추스리기도 힘든데 자꾸 사회의 어두운 면만 봐서 내게 득이 되는게 있기나 할까 의문이 들었고 한동안 그것에도 관심을 끊고 아무런 생각도 없이 극단적인 일만 하지말자는 심정으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니 버텼습니다.
시간이 꽤 지나고 가족들의 도움도 받아 천천히 편협했던 마음이 누그러들었고, 자연스럽게 사회에 대해 다시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보게 된 사회는 이전과는 조금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회복되는 제 마음과 정신상태에 조금씩 자신감이 자라나듯 사회를 보는 제 눈에도 조금씩 희망을 드리우게 된겁니다.
그리고 평소 사회에 관심이 많은 친형과 수많은 얘기를 했고, 스스로도 원론적인 것부터 비전문적 지식을 습득해나갔습니다. 사회 정치 경제 문화 등, 원래 배우는 과학은 좀 뒷전이지만요...;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껄끄럽다는 사회 얘기가 나오면 제가 생각하는 바를 스스럼없이 내뱉었고, 때로는 논쟁에서 이기기도, 때로는 아직 어디서 함부로 떠들어댈 수준이 아니구나 느낄정도로 창피를 당한적도 있습니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나보다 더 많이 아는 사람의 생각도 접하게 됐고, 아직도 잘 못하지만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생각도 찬찬히 읽고 생각해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잘나고 겸손해야하는데, 안잘나고 안겸손하니 문제는 문제군요.
한참을 그렇게 인터넷의 누리꾼으로 활동하다보니 사회를 보는 눈과 생각이 어느 정도 자리잡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제서야 개인의 문제를 해결하고 나도 이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구나 싶더군요.
말은 거창하게 했지만, 많은 일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비비꼬여있듯 마찬가지로 일상의 작은 실천을 시작으로 좀 나은 일상을 찾게되었습니다. 방치해서 길게 길었던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는 일이었죠...;
그리고 지금에 와 생각해보면, 과거의 제 모습과 친구들의 모습들, 현재의 제 모습과 친구들의 모습들, 이 사회를 사는 많은 사람들의 모습과 생각들을 보며 느껴지는게 있더군요.
먼저 저만 놓고보면, 과거의 저는 굉장히 열정적이었습니다. 초중고시절 생활기록부에는 매년 열성적, 책임감, 자존심 강함, 정의로움, 어른스러움, 생각이 깊음 등 흔히 학생 중 덩치크고 친구들이 따르는 학생을 선생님들이 칭찬해주기 위해 쓰는 표현이 쓰였고, 실제로 꽤 그러했다고 안심합니다. 실제로 저보다 덩치가 크건 작건, 공부를 잘하건 못하건 많은 친구들이 저를 어느정도 의지했던 것 같습니다. 과거의 모습을 회상하며 많은 친구들이 추억을 얘기하며 곧잘 그런 제 얘기가 나오니 아마도...
다행히 현재에도 가끔 저의 근황과 생각, 조언을 듣고 싶어하는 친구들이 더러 있습니다; 허허;
그 당시 스스로도 꽤 노력했던 것은 노력, 성공, 정의로움 정도였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고 저 뿐만 아니라 제가 우정을 갖고 대하는 친구들 대다수와 우리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이런 가치관은 거의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사회가 시대를 막론하고 내거는 시대정신인 것 같습니다.
반면 현재의 저는 약간 냉소적이고, 또 약간은 열정적이고, 몇개의 일화와 인내 덕분에 끈기는 좀 있는것 같네요.
현재의 제 시점으로 과거의 저를 돌이켜보면 개인의 됨됨이만을 너무 맹신한 나머지 자신이 믿는것과 살아가는 현재라는 시점마저 너무 맹신하고 무비판적이었던건 아닌가 싶습니다.
우주에 대한 얘기처럼 학문적인 부분에서는 모르겠지만 제 생각에 적어도 사람이 사는 곳에서는 무엇이 됐든 "그냥" 존재하는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모든것은 과거에서 비롯되었고 어떠한 원인에서 생겨나 현재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죠. 너무나 당연하고 뻔한 이야기를하니 지겨우시겠지만 이것을 진지하게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렇게 사회를 보는 눈을 사회를 단편적이고 설명하기 쉽고 아름답게만 두지않고 보다 넓고 다양하게 보게 되었다고 느낍니다.
맨 위에 사회가 사람을 기른다고 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우리 사회는 세계에서 배울수 있는 보편성보다는 우리만의 특수성에 지나치게 목을 맵니다.
그 특징은 과거 청소년이었던 저의 모습과 그런 저를 가르쳤던 사회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우리의 특수성에만 너무 목메어 주입된 생각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맹신합니다. 그리고 그 중 단단히 박힌 하나가 엘리트 주의에 대한 맹신입니다.
정말 먼 과거에는 신분사회의 유지를 위해 내세운 엘리트주의, 우리나라 근대화, 산업화 과정에는 필요에따라, 효율성을 위해 선택했던 엘리트주의
우리 사회는 뿌리깊게 박힌 엘리트주의와 그 엘리트사회에 진입하는 1차선 직선 도로에 지나치게 목메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미 오래전부터 부모들은 한글도 제대로 모르는 유치원생들을 봉고차에 실어 영어학원에 보내고, 하루에 학원을 최소한 4-5군대는 보내야 겨우 주위 부모들보다 떨어지지 않은 정도라 생각하며 불안불안 자식은 최소한 그 도로에라도 진입시키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합니다.
먼저는 그 부모부터 탓하기 쉽지만, 그만큼 사회가 그 길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는 생각에 저로서는 씁쓸합니다.
문제는 과연 현재 세계적 정세에 엘리트 사회, 엘리트 진입의 성공길, 엘리트주의가 우리나라를 정말 더 잘살고 세계와 경쟁할 수 있도록 해주느냐는 겁니다. 제 생각에 그 대답은 아니다구요.
엘리트 사회는 그 사회 내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당하는 거의 대다수의 국민들은 물론 기득권을 위주로 한 엘리트 구성원들에게 조차 안녕과 성장을 가져다주지 못합니다.
비기득권의 문제야 엘리트주의를 외치는 많은 사람들도 인정하는 바이겠지만, 국가단위의 성장성을 내세우더라도 오히려 국가에 해가 됩니다.
엘리트 사회의 우월한 효율성은 한 국가가 산업 사회에서 정보화 사회로 넘어오면서 그 운명을 끝내고 사회를 좀먹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우리 사회를 비롯 경제적 안정권에 진입한 많은 국가에서 다양성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과 다양성에서 나오는 창의력은 굉장한 힘을 갖습니다.
저 스스로도 학교에서 배웠던 정보화 사회, 정보화 사회가 단순히 컴퓨터좀 쓰고 인터넷이 대중화되는 것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 것이죠. 정말 말그대로 정보가 제일의 가치인 사회, 그래서 정보가 다양하고 참신할수록 가치있는 사회가 된 것입니다.
그 성공적인 결과는 작게는 일본의 중소기업인 미라이 공업사에서도 찾을수 있고, 미국 대기업인 애플사, 국가적으로는 복지혜택을 늘린 유럽 대부분의 국가, 특히 북유럽 3국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제 생각에 그러한 성공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어보입니다.
먼저는 사람은 기본적인 의식주 생활이 불안하고 당장 먹고사는게 걱정일때는 생각을 할 겨를이 없습니다. 군대에서 훈련시 훈련병들이 명령에 잘 따르고 사고가 나지 않게 하기위해 일부러 사전에 강력한 PT를 시키는것도 같은 이유에서라고 봅니다.
일단 먹고사는 문제에서 자유로워지면 사람은 생각할 여유를 갖게되고, 생각할 시간이 많아지면 많이질수록 사회 구성원은 더 현명해지고 사회는 이성적으로 됩니다. 그리고 현명하고 이성적인 사회 구성원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높은 확률로 사회에 혁신이 발생합니다. 사회를 앞으로 이끄는 원동력 "혁신"말이죠.
만약 우리가 아직도 산업사회에 살고 있다면 우리가 성장하는 길은 허리띄를 졸라메고 소수의 뛰어난 엘리트들이 빠르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으로 국가를 움직여 다른 나라가 걸었던 길을 조금이라도 더 빨리 걸어 앞선 나라를 따라잡는 것일겁니다.
하지만 이미 그 기간을 지난 사회가 더 빠르고 지속적으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방법은 다양성과 창의성 그리고 혁신에서 비롯합니다.
또 다른 측면에서 사회 구성원들이 사회의 큰 변화에 빠르게 대처할수 있고 면역성이 강해집니다. 기본적으로 안정된 생활과 전문교육을 기초로한 사회 발전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개인이 흥미와 적성에 맞게 직업을 선택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고, 만약 요즘과 같이 세계의 페러다임이 급변하여 사회가 움직여야 할때에도 실직한 노동자들의 재교육, 취업이 안정적이라 사회가 튼튼합니다.
한 책에서 다뤄진 내용 중에 이런 내용과 관련하여 흥미로운 것이 있어서 소개하자면, 높은 세금과 복지혜택으로 자국민을 보호하는 국가일수록 국민들이 FTA등 무역협정에 적극적으로 찬성한다고 합니다. 이유는 비록 자신이 무역협정으로 직업을 잃게 된다해도 실업수당이 지급되고 국가를 통해 직업 교육을 받을 수 있기때문에 자신있다는 것이죠.
저와 같이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이런 주장을 하는 이유는 지난 몇십년 동안 부모님들이 허리띄 졸라메서 키워온 파이를 한순간의 환희를 위해 잘라먹자는게 아니라, 그 파이를 계속 키워가기 위한 고민이라는 겁니다.
최근엔 저명한 사회학자들은 물론 경제학자들도 그 필요성을 역설하기 때문에 많이 논의되어 참 다행스럽고 기쁩니다. 꼭 복지라는 이름표를 붙일 필요도 없고 더욱이 정치적 색깔론에 휘말려 흐지부지되선 안될 것이라 믿습니다.
게다가 생각해보면, 귀에 못이 박힐정도로 많이 들었듯이 우리나라는 유일한 자원이 인재입니다. 인재 기반 사회의 힘은 소수의 인재만이 의견을 내고 다른 대다수의 인재의 의견이 묵살될때가 아닌, 사회의 모든 인재들의 생각이 존중받고 가치를 발견할때 빛을 낸다고 생각합니다.
그런점에서 어쩌면 지금까지 편향된 방향이었더라도 인재교육에 힘쓴 우리나라는 다른 많은 나라보다 꽤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자주 쓰는 표현이 있는데, '부모가 가난하기 때문에, 그래서 교육받지 못하기 때문에 내다버리기에는 이 나라 수백만의 가능성이 아깝지 않습니까.' 입니다.
글을 쓰기 시작하자 마음에 담아뒀던 많은 말들이 쏟아져 나와 끝없는 삼천포로 빠졌다와서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만, 제 생각이 부디 전달되기를 바랍니다.